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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11. 10. 12:17

2013.11.10

서서히 잊어가는 듯한 내 자신에게 서운하다가도, 미련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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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 할 지라도, 낯선 사람의 입을 통해 들었을 때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난 금요일 내 인생에 처음 등장한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내 진로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단순화시켜주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 것 하나만으로도 그 만남은 좋은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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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10. 25. 14:14

2013.10.25.

학기 내내 그 어느 때보다도 심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바쁘게 공부한 것 같은데, 막상 시험 때가 되니 준비되어있는 게 너무 없어서 속상했다. 지금까지 본 시험 두 개가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고, 또 앞으로 봐야할 두 개의 시험도 잘 볼 자신이 없어서 속상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속상한 건, 나의 input과 output이 정말 요만큼의 자비도 없이 철저하게 linear한 function이라는 것. 내 머리가 커버해줄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많지 않다는 - 거의 없다는 - 것. 시간을 들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하는데, 왜 나는 이만큼의 무지막지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이 정도의 결과밖에 내놓지 못하지, 에 더 초점이 맞추어지며 기운이 스르르 빠진다. 나에게 이만큼의 양은 너무 벅차구나, 내 하루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이만큼의 일을 짊어져서는 안되겠구나, 하며 나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는 데에 의의를 두어야겠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한계를 느껴나가는 과정은 그리 행복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안 그래도 요즘 삶에 별다른 양념이 없어 공부로부터 오는 앎의 기쁨과 성취의 행복만이 내 하루의 즐거움이었는데, 공부마저 날 배신하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남은 시험,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버텨서 잘 defend해야지. 다 끝난 후에는 원없이 소리지르고 신나게 놀고 하염없이 울고 툭툭 털고 일어나 차근차근 다시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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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9. 30. 23:02

2013.09.30.

 오랜만에 쓰는 블로그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은 참 많았는데, 소소한 작은 순간들에 점점 덤덤해지고 내가 지금 해야할 것, 성취해야할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좋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 나쁘게 말하면 무감각. 앞만 보고 달려가기 때문에 전에 비해 무한대로 뻗어가는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적어졌지만, 반대로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소소히 기뻐하고 감사해하는 것에 무뎌졌다. 세상 모든 것은 trade off라지만, 애써서 얻은 무언가도 잃은 것 앞에선 가끔 초라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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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한 해는 내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눈 깜빡하니 3월, 또 한 번 깜빡하니 6월, 그리고 한 번 더 깜빡하니 10월이다. 3월 인포세션에서 교수님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놓칠세라 빽빽히 적어놓은 수첩을 펼쳐보니, 그 때와 비교하여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인지에 대해 지금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러한 정보들을 흡수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생각이 나지 않아. 지난 7개월의 기억은 알알이 흩어지는 기억들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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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만큼 학문적인 배움이 중심이 되었던 해가 또 있었을까. 한 해를 돌아볼 때마다 내가 가슴 한 켠에 정리해두었던 '올 해의 배움'에 학문적 지식은 한 번도 포함되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면 지금껏 나에게는 사람과 경험을 통한 배움이 더욱 중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 해는 달라. 학문적 배움을 떼어놓고선 올 한 해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학문이 내 시간의 알맹이로 들어온 첫 해. 오롯이 곱씹고 느끼지 못했을 뿐, 내 주위 사람들, 나누는 이야기들, 생각하는 방식, 이 모든 게 어느 순간 정말 많이 변화했다. 길이 정해진다는 건 이런 느낌인 걸까. 신기하기도 두렵기도 하다. 

자신이 백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길이란 없는 경우가 더 많다지만, 아직 내가 선택한 학문에 대한 의문이 많다. 학문을 선택한 것 자체에 대한 후회.. 도 아예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주 가끔 찾아올 뿐, 그보다 더 나를 흔드는 것은 마케팅이라는 학문에 대해 나 스스로가 느끼는 한계성이다. 원래부터 순수학문에 훨씬 더 매력을 느껴왔던 나로서는, 아직까지도 이 공부가 나에게 맞는 옷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분명 내가 좋아하고 원하던 요소들이 수렴하는 분야이고, 또 내 궁극적인 목표인 미술관 관장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서도 손색이 없는 공부인데, 지금 듣고 있는 경제 이론 수업이 더 재미있고, 미술사가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방황도 올 해를 끝으로 어떻게든 일단락지어야할텐데, 논문 주제 잡는 것만큼이나 - 아니 그 보다 더 - 신경쓰이면서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작업이다.  

 공부를 택한 내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뇌어야할 화두는, 넓어지길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 일은 - 적어도 내 수준에서의 학문은 아직까진 - 깊어지는 것이지 넓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분야에, 더 크게 본다면 학문이라는 카테고리에 갇혀서 내가 동경하던 자유로운 사고와 즐길 줄 아는 태도를 잃지는 말아야지. 시간에 쫓기더라도 더욱 부지런히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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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8. 6. 23:49

2013.08.06.

하늘이 보이는 때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볼 적마다
이제는 늘 하늘을 보며 살자 마음먹지만
그러한 생각은
곧 잊히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은 열리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만에야
참 오랜만에야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아빠께서 공식적 은퇴일, - 그러니까 은행의 간곡한 부탁으로 2년 연장 계약을 맺고 정직원 status에서 계약직으로 문서상 전환되던 7월 31일 - 가족들과 저녁을 먹다가 아빠께서 찾아 읽으셨던 시 한 편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시가 참으로 좋다고 뭉클한 표정으로 읽어내려가시던 아빠의 모습이 가슴 한 가득 자랑스러웠다. 좋은 글귀라면 언제든 마음에 새기고 거울 삼아 하루를 돌아보셨던 아빠, 이 시를 통해 늘 여유와 넉넉함을 찾으려 하셨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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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나 자신에 꽤나 만족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푹 꺼진 자존감을 끌어안고 길고 복잡했던 자책의 시간을 지나 지난 4년간 서서히 내가 원하는 단순하고 쌈박하고 당당하고 화창한 내 모습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덜 세심해지고 덜 겸손해진 나의 모습이 마음을 찌른다. 시원시원함을 빙자하여 차갑게 행동하진 않았는지, 솔직함을 빙자하여 남을 아프게 하진 않았는지, 자신감을 빙자하여 상대방을 판단하고 평가하진 않았는지, 열심을 빙자하여 메마른 마음으로 땅만 보고 살진 않았는지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다. 무한대 차원의 인격요소로 구성된 space를 이렇게 navigate하다보면 언젠가 optimal point를 찾을 수 있을까. 공자가 얘기했던 '지나침이 없는' 단계에, 노자가 얘기했던 '물 흐르듯 흐르는' 단계에 올라서면 이러한 끊임없는 self-check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 실오라기 하나 걸릴 것 하나 없는 완전한 자유로움이 궁금하고, 간절하다. 

세상 모든 일이 시지푸스의 돌 마냥 꼭대기에 머무를 새 없이 아래로 아래로 구르려 한다.  그러한 삶이라 경이롭기도,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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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주제를 다음 주까지는 정해서 교수님께 말씀드려야할 것 같은데, 토픽과 데이터를 찾는 것 부터 쉽지가 않다. 내가 이렇게 창의적 문제의식이 부족했나. 내가 건드리고 싶은 문제 외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좀 엄두가 나지 않는 느낌이다. 기존의 지식을 토대로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어 다행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얘기해왔지만, 난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nerdy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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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7. 21. 22:13

2013.07.21.

보고싶지 않은 것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마주해야하는 건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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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7. 14. 16:10

2013.07.14.

필요로 하지 않는 도움은 줄 필요가 없는 건데. 줄 준비가 되지 않은 도움은 더더욱 주지 말아야 하는 건데. 작은 것에도 허전해지고 먹먹해지는 내 유리 멘탈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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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4. 21. 13:53

2013.04.21.

정말 소비 욕구라는 건 스트레스와 비례하는 것 같다. 무엇이 갖고 싶냐는 삼촌 말씀에 "요즘 물욕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아무런 구매 욕구가 없었던 나에게 미드텀 기간에 지름신이 스멀스멀 찾아오는 건 우연이 아니리라. 롱원피스도 사고싶고 미니 원피스도 사고싶고 벤시몽도 사고싶고 컨버스도 사고싶고 면티도 사고싶고 네일도 받고싶고 화장품도 사고싶고 ㅜㅜ..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은 왜이리 많아지는 건지, 궁금한 사회적 이슈는 왜이리 널린건지! 밖에 벚꽃이 피었는데 안에서 공부하니까 이렇게 되나보다 ㅜㅜ 분명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내가 뭘 그렇게 하고싶었었지' 싶을 정도로 밍밍해질텐데 말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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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했던 그 순간, 나에게서 맘이 떠나갔었다는 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저 과거를 미화하는 나의 뇌와, 너의 맘이 실은 변한 적이 없다고 믿고 싶은 나의 맘이 자꾸 너에게 미련을 갖게 만든다. 난 원래 one and only 따위 믿지 않았었는데, 너에게 너무 오랜 시간 세뇌된 덕분에 이렇게 자꾸 갈팡질팡 흔들린다. 헤어져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몇 년 후에 영화처럼 다시 재회할 수 밖에 없는 meant-to-be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자꾸 스친다.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쥐고 흔드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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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4. 12. 21:38

2013.04.12.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여는 일이 어려워짐을 느낀다. 자꾸만 떨어져있는 내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내 모습에서 내가 잊고 있었던 나의 부족한 점들을 돌아보게 된다. 언젠가 친구가 "넌 어느 정도까지 가까워지기는 쉬운데, 진짜 친해지기는 어려워"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 때까지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던 내 모습을 꿰뚫어본 그 친구가 생각할수록 고맙고 신기하다. 마음을 여는 데에 있어 헤프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조심스럽고 싶지도 않은데, 사람들에 둘러싸여있으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려하지 않는 내 모습이 답답하다. 어쩌면 이제 만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어색함을 답답해하는 내 모습이 답답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없이는 외로움에 사무쳐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내 모습이 답답한 건가. 


올해는 오종종하게 살지 말아야지. 크게 보고 크게 느껴야지. 자잘한 돌멩이쯤은 사뿐히 밟고 넘어갈 수 있는 무던함을 길러야지. 혼자서도 꿋꿋히 빛날 수 있는 힘을 길러야지. 그리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이 되어야지. 


기도와 말씀에 너무 게을러지고 있다. 언젠가 맞잡은 두 손의 비유로 보여주신 것처럼 저를 붙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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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3. 10. 01:04

2013.03.10.

끝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끝이 나는 순간보다 더 길고 깊다. 바쁜 한 주가 끝나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치는 인사를 하고 싶을 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힘들여 많이 웃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조곤조곤 편안히 이야기하고 싶을 때, 첫 수업에서 칭찬받은 일을 자랑하고 싶을 때,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을 때, 날씨가 좋을 때, 너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에 스며들어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습관이 되어버린 사랑은 어쩌면 그만큼 쉽게 버릴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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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3. 3. 8. 23:41

2013.03.08.

입학하여 무사히 첫 주를 마쳤다. 5년 만에 새로운 사람들에 둘러싸여있자니 긴장되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만큼 좋은 에너지도 많이 받는다. 창업하여 불과 몇 년 만에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28살 전직 CEO, 컴퓨터 공학 박사 졸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경영학 석사에 발을 담근 공부쟁이 38살 벤쳐기업 사장, 남미에서 20년간 살다와 안 당해본 사건사고가 없는 프리소울, 침팬지 그리기를 좋아하는 감수성 풍부한 경영대생. 그동안은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히스토리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겁다. 한동안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게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했는데, 간만에 다시 찾아온 기분좋은 설레임이다.


오랜만에 듣는 수업이 재밌다. 파이널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 쉬는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즐거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그 자체가 즐겁다. 내 사주엔 공부를 나타내는 한자가 가득하다고 하다던데, 타고난 천성이 공부와 맞닿아있긴 한 것 같다. 아직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하는지 전혀 감은 없지만, 조교 언니들과 이야기해보고 수업들을 하나하나 들을 때마다 아주 조금씩이나마 눈이 뜨이는 것 같다. 다른 대학원에 비해 들어야하는 수업이 적어 내게 주어진 개인 시간이 많은 만큼, 게으르지 않게 스스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싶다. 게으르지 않기. 게으르지 않기. 


대학원생으로서 학교를 다니다보니 새삼 학부생들이 누리는 - 내가 학부생으로서 누렸던 - 특권들을 깨닫게 된다. 숫자와 에너지로 캠퍼스를 장악하고, 새내기를 여왕(왕)처럼 모시는 선배들 덕분에 학교생활 a~z을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꿰뚫게 된다. 반면 우리네 대학원생들은 숫자로도 에너지로도 나이로도 캠퍼스를 장악하지 못하고, 와이파이 사용부터 학생증 발급, 프린터 사용까지 눈치껏 보고 물어가며 필요에 따라 하나하나 배워나간다. 학부생들처럼 다양한 수업을 듣지도 않기에 캠퍼스 내 가본 강의동은 몇 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래 학교에 있어본 것 같은 복학생 혹은 막학년 포스 때문에 지나가는 어른들이나 학생들이 길을 참 많이 물어본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주어진 혜택이었다니. 역시 부족함이 없이는 고마움도 없다.


미움도, 원망도 없다. 한 가지 야속한 것이 있다면, 경영관 로비 대리석 바닥만큼이나 차가웠던 짧은 통화로 지난 3년 반의 시간이 끝나버린 것. 내 마음과 내 삶 속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닿아있던 사람이 그 순간 이후로는 내 삶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 허무가 괴로워서 자꾸 의미를 찾아내려 애쓴다. 드라마를 찍고싶은 건 아닌데,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오랜 시간 서로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하길 바라는 이상한 마음으로 번진다. 바쁘게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은 아직 너무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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