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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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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대기, 2016. 4. 25. 10:20

2016.04.24.

기어코 감기가 걸려 이틀을 꼬박 앓았다. 어제는 정말 하루종일 잠만 잤는데, 오늘은 그래도 그렇게까지 잠이 오지는 않는 걸 보니 슬슬 나으려나보다.  몸이 덜 힘들어지니 자꾸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차라리 정신없이 잠만 잘 때가 마음은 더 편했는데. 

지난 두 학기동안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자주 아팠던 와중에, 나를 살뜰히 챙겨주지 않는다며 너에게 참 많이도 서운해하고 투정도 많이 부렸었다. 넌 힘겨워하면서도 늘 미안해하며 앞으로 더 잘 챙겨주겠다고 했었지. 그 때는 투정부릴 수 있는 네가 지구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런 투정을 네가 당연하게 받아준다는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난 네게 늘 고마워하고 미안해했었지만, 네가 주는 건 고마움과 미안함 만으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었다. 네가 내게 주는 건 단순히 고마움과 미안함을 넘어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감싸주는 따뜻함이었었다. 

언제부턴가 그 따뜻함을 네게서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건 온전히 너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변했다고, 나를 품어줄 여유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저 눈을 감았던 건 아닐까. 난 무엇이 그렇게 아프고 서럽고 억울하고 두렵고 화가 나서 눈을 감아버렸을까. 그저 내 삶이 너무 힘들어 모든 것에서 다 도망쳐버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모든 감정이 다 지나고 나버린 지금, 남은 건 그저 너무 아름답고 따뜻했던 그 때의 시간과 지금의 허전함 뿐이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 인생 처음으로 확신을 가졌던 사람과 왜 그렇게 힘들어야만 했던걸까. 왜 나는끝끝내 너를 놓치고 말았을까. 

너만은 절대 아프지 말길. 이렇게 무너지지 않길. 곧 다가올 평가도, 실무수습도, 원했던 만큼 올인해서 꼭 원하는 성과 얻길. 그리고 가끔은 아픈 네 이마를 짚어주던 내 손길을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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