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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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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2015. 7. 9. 10:09

2015.07.09.

그러니까 이런 거에요. 유리창이 있고, 바깥에는 폭풍우가 쳐요. 방 안에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고, 브람스 같은 음악을 듣고 있다면 느낌이 어떤가요? 고독해 보이죠. 그럴 때 저는 그 유리창을 깨 버리죠. 폭풍우가 들이치면 고독의 여지가 없어집니다. 돌이 막 날아오니까 집중해야 해요. 세계가 풍경으로 보일 때 우리는 고독한 거에요. 내가 있고, 나머진 다 그림인 거죠. 그리고 세계를 만지고 싶지 않죠. 그냥 앉아서 차 한잔 마시면서 보고 싶은 거에요. 보다가 졸리면 자고요. 풍경은 뭐에요? 만지거나 몰입하거나 하는 대상은 아니죠. 그냥 이렇게 내가 내 중심에 있는 거에요.


그런데 풍경의 특징은 하나의 풍경이 다른 풍경으로 바뀌어도 상관없다는 거죠. 하나의 영화가 다른 영화로 바뀌어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상대가 '아무래도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헤어져야 될 것 같아' 라고 말하면, 상대를 풍경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이렇게 얘기하죠. '그래,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요. 쿨해요. 다음에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되니까요. 고독을 느낄 때 고독이라는 것의 일차적 징후는 바로 그런 거에요. 세상이 다 풍경으로 보여요. 세상이 다 죽어 있는 걸로 보이는 거에요. 몰입할 것이 없는 거죠.


(중략)


그런데 나를 야단치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을 풍경으로 볼 때, 나는 어떻게 될까요? 저 창 밖에 있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보호가 될 거에요. 그런데 동시에 그 안에 갇히죠. 고독이 좋다는 분들은 다시는 상처를 받지 않을 거에요. 대신 다시는 세상과 접촉하지 못해요. 지금 상처받은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막을 치는 것은 괜찮아요. 한 번 정도면 되는데, 아예 그 안에 들어가서 사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건 갇힌 거죠. 언젠가는 그 풍경으로 보는 세상을 찢고 나와야 됩니다. 그러니까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독은 일회용 반창고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상처가 날까 봐 계속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요. 생살에 그렇게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가는 탄력이 있던 피부도 어느 사이엔가 쭈글쭈글해질 겁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지 않게 된다는 거에요.


고독은 병에 비유하자면 자폐증과 같은 겁니다. 자폐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세계가 너무 큰 충격을 줬을 때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요. 가령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죽었다면 아이들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겠어요? 충격을 받으면 안으로 들어간단 말이에요. 나가기 무서우니까 잠근 거에요. 그렇게 아이처럼 잠가요. 보호받으려고요. 고독은 그런 거에요. 마치 방 안에서 문을 잠그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면 세상이 그림이 돼요. 아이는 바깥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죠. 안에 들어가 있으면, 평과가 오고 봄이 와도 몰라요. 그래서 그 안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돼요. 언젠가는 열고 나와야 합니다. 언제 열고 나가죠? 이게 고독한 사람이 가진 일종의 병폐인데요, 밖이 안 보이니까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죠. 물론 바깥의 소리는 들려요. 어머니가 혹은 누군가가 그리 해 준다면 좋겠죠. 괜찮다고 계속 안아 주고 따뜻하게 대해 줄 때, 언젠가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에요.


(중략)


고독해지는 내 모습과 계속 싸워야 할 겁니다.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게 아니라 세계에 몰입하는 걸 찾아야 해요. 그게 상처가 되는 건 맞아요. 촛불이 예쁘면 만지고 싶죠? 그래서 처음에는 그걸 만졌을 테지만 이제 그게 뜨거운 걸 아니까 다시는 안 만지죠. 그러면 촛불은 계속 풍경으로 있는 거에요. 그런데 상처받았다고 바로 떨어져 나가면 나의 세상은 아무 것도 못 만지는 세상으로 변해요. 따뜻한 사람, 혹은 몰입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래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행운은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지요. 스스로 고독을 깨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춤도 춰 보고 노력은 해 볼 수 있어요. 해 보는 데까진 해 봐야 되겠죠. 어쨌든 방법은 알았으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나를 가두고 있는 그 감옥의 두께가 좀 얆아질 수도 있을 거에요.


(중략)


일단 상처를 전혀 안 받으시려는 분이에요. 촛불을 안 만지려는 분이에요. 전형적인 캐릭터죠. 일종의 고독 상태에 들어가 있는데 가족, 회사 관계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일단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예쁜 사람 콤플렉스인데요, 나는 착하고 예쁜 사람이어야 하고, 칭찬받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여기는 겁니다.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야 돼요. 이건 아기와 같은 상태인 거에요. 이런 사람들은 주변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해요. 주위에서 예쁘다고 하면 일을 하죠.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행동을 하느라 자신이 욕망하는 건 전혀 안 하실 거에요. 그러니까 한 번도 스스로 촛불을 만졌거나 뭘 잡아 보거나 하지 않은 거에요. 자기가 욕망한 것에 몰입하지 않은 겁니다.


(중략)


바보들만 '내가 판단을 한게 잘못 됐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자신이 판단한 것을 스스로 부정해 버리죠. 결국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판단할 때 '지금은 이게 맞아, 오케이' 이렇게 해요.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을 개시하죠. 물론 조금 지나고 나서 후회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아닌 거고요. 다르게 행동하면 되죠. 그러니까 예쁜 사람 콤플렉스가 그거에요. 한 번의 선택으로 완벽한 스토리로 살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 주저하는 겁니다. 지금 선택이 완벽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결국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지요. (중략) 헷갈릴 때 여러분들이 하셔야 될 게 감각을 믿는 거에요. 확신이라는 것을, 미래로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 감각을 믿읏세요. 힘들면 냄새만 생각하세요. 마치 좋았던 이성의 냄새를 기억하는 것처럼, 대개 냄새는 영원히 가요. 감각만 믿으시면 돼요. 머리 쓰지 말고요.


(중략)


'이게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여러분은 결정을 못 해요, 평생. 그러니까 결정을 하고, 거기서 실패도 하고, 또 거기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또 새롭게 결정하고, 거기서 다시 배우는 겁니다.


(중략)


과도한 몰입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과도한 몰입이라는 건, 하나를 알게 되면 다른 하나를 못 한다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이 어느 정도 다른 일을 한다는 건 몰입하지 않고 이것 저것 조금씩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영화에만 몰입하면 안 되고 엄마도 가끔 봐야 되는 거에요. 이런 걸 해 줘야 돼요. 이걸 보통 어른이라고 불러요.


(중략)


'나는 누구인가' 질문하지 마세요. (중략) 그래서 중요한 건 미국에 있느냐, 한국에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곳에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에요.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있는 곳이고 중심이다' 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여행을 떠났을 때 자꾸 집이 중심으로 남으면, 멀리도 못 떠나고 제대로 떠나지도 못해요.


(중략)


몰입하기 전에 먼저 가치를 부여하지 마세요. 그러면 삶은 제스처가 되어 버려요. 우리가 그래서 잘 살지 못하는 거란 만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거에 몰입이 딱 되면 몰입의 정도만큼 몰입해서 좋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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