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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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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2015. 6. 25. 00:50

2015.06.25.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 ‭13‬:‭4‬ RNKSV)

요즘 '사랑'과 '용서'에 관한 짧은 묵상 일정을 따라 말씀을 묵상하는 중인데, 이 한 구절만 5일에 걸쳐 묵상하도록 설계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따끔거리면서 따뜻해지고 숙연해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나는 쌀알 같다. 온전한 사랑은 이토록 포근하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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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11회와 12회에 걸쳐 소개된 에피소드 중, 공효진이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가로등이 켜지지 않아 이를 걱정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김수현은 다음 날 곧바로 공효진에게 불이 들어오는 펜을 선물하였고, 차태현은 하루종일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씨름하여 가로등을 수리하였다. 물론 공효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저 공효진이 계 탄 로맨틱 에피소드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배려'의 의미에 대해 곱씹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어두운 밤 가로등 없는 거리에서 행여나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신만의 사랑과 배려를 실천했는데, 한 남자는 휴대용 불빛을, 한 남자는 가로등을 선물한다. 한 남자는 선물을 예쁘게 포장해 여자를 웃게 하고, 한 남자는 자신의 배려를 드러내지 않아 여자의 오해를 산다. 물론 극중에선 금세 해결이 되었지만.

보여지는 휴대용 불빛은 분명 상대에게 행복을 주는 배려이며 그 자체로 소중하다. 모두가 뚝뚝하게 티 안내고 가로등만 고쳐주려 한다면 민들레씨처럼 소소한 낭만과 로맨스는 지구상에서 멸종해버릴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로등에 더 끌리고, 차태현의 마음이 더욱 성숙하고 깊다고 느끼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효진이 차태현을 지켜주는 방식 역시 가로등과 같았고, 서로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그동안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던 배려는 작은 불빛과 같진 않았을까 돌아보게 된다. 조금은 더 크게 보고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묵묵히 상대방 몰래 씨름하여 가로등을 고쳐놓을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상대방을 오래오래 행복하고 편안하게 하는 23도와 같은 배려를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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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내려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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