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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2012. 10. 8. 10:34

2012.10.07


블로그란 원래 우울할 때 더 찾게 되는 법이라지만, 불평 불만 슬픔을 토로하기보다는 조금 더 감사와 따뜻함으로 채워진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 하루 감사함을 적어내려가다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내가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축복과 기적으로 가득차 있는지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생겼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 고백들이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하고 조금 더 차분하게 하고 조금 더 기도하게 만들길! 


오늘은 야외 예배가 있었던 날. 어제의 천둥번개와 매서운 바람과는 달리 예배가 시작되자마자 퍼지는 따뜻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이 참 좋았다. 자연에 둘러싸인다는 것은 언제나 참 행복한 일인 것 같다. 탁 트인 평원에 서서 풀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내쉬었을 때의 그 상쾌함을 어느 무엇이 대신해줄 수 있을까. 새삼 내가 얼마나 예쁜 도시에 살고있는지, 매일 바쁜 마음으로 스쳐지나갔던 풍경들이 사실은 내게 얼마나 큰 위로와 기쁨을 주고 있었는지 생각했다. 정말이지, 우리를 위해 만드신 이 세상이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요! 


이번 학기 나를 위해 예비해두신 키워드는 '순종'임을 깨달았다. 열두 제자의 성격 하나 하나 세심히 파악하시고 놀라우리만큼 정확한 방법으로 각각의 마음을 돌리셨던 그 섬세함으로 나를 만들어가심을 느끼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자만함을 보게 하시고 무릎꿇게 하시는 그 맞춤형 커리큘럼이 정말이지 놀랍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 


학업과 능력 면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없는 나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다른 사람이 보는 '나', 나의 인격 - 이런 것들에 나도 모르게 자만하고 있었던 나를,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관계 그 자체로 깨닫게 하심에 감사하고 있다. 그것도 내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올바른 겸손함이 무엇인지, 내 안에 어떤 자만이 있어왔는지를 절묘하게 깨닫게 해주신다는 게 정말이지 놀랍다. 기도로 묻지 않고 내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부분을 이제는 내려놓고 기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영문도 모른 채 힘든 마음으로 끙끙대는 것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배워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늘 마음 속에 품고 기도해왔던 것, 조금 더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던 그 기대에 응답해주심이 감사하다. 기도로 쌓는 관계는 멀어지거나 혹은 가까워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는데, 멀어지기 싫고 머무를 수 없으므로 계속계속 더 가까워지고 싶다.  

    

아, 그러고보니 Anthony of Egypt를 보고 애통해하며 감격해하며 회심한 Augustine의 이야기를 그냥 주신 게 아니었나보다. 정말 섬세하시고 섬세하신 손길!


이제 블로그 정비도 끝났고 첫번째 고백도 남겼으니, 남은 경제 숙제와 에세이와 원서를 파바박 끝내고 자야겠다. 으쌰으쌰 예원소피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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